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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터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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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터시 --------------------------------------------- (9)

쿠키 마사히코는 담담한 표정과 어조로 강연도 연설도 아닌 이야기를 계속했
다.

"어느쪽이든지 그리 큰 사고는 아니었습니다. 남자가 급브레이크로 차를 세웠
기에 아이가 놀래서 넘어진 거라고 생각한 목격자도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남자는 아이를 차에 태우고 갔으니까, 상처가 났다면 당연히 병원으로
데리고 갈거라고 목격자들은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코타로우를 찾아 나선 저의 아내가 달려갔습니다. 아내는 목격자이며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던 젊은 여자에게 어린아이를 못보았냐고 물었습니다.

그 여자분은 그런 아이라면 방금 이러한 사정으로 남자가 차에 싵고 갔다고 설
명해 주셨습니다. 아내는 깜짝 놀랐습니다. 여자분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장거리 운송트럭의 운전대에서도 두 명의 남자분이 내려와 주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3명의 목격자와 아내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얼마 후 아내와 코타로우를 기다리다 참지못하고 밖으로 나간 저도 이야기를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코타로우를 친 남자가 모르는 아이를 자기 차에 싵고 갔다는 것이었습
니다.

병원에 갔다고 해도 남자는 코타오루가 어디에 살고 어떤 이름을 가졌는지 모
릅니다. 그렇다면 치료가 끝나도 남자나 병원은 코타로우를 저의 손에 돌려줄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과연 남자는 코타로우를 병원에 옮겼는가.

옮겼다면 어느 병원인가.

코타로우의 상처는 어느 정도인가.

코타로우는 다친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 아닐까.

저도 아내도 불길한 생각만 들었습니다. 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경찰에 신고했
습니다. 경찰이 무엇보다도 의지한 것은 목격자의 증언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목격자들의 기억은 애매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크림색의 승용차.
같이 타고 있던 사람은 없었다.
남자의 연령은 30대에서 50대.
하얀색 와이쳐츠에 곤색계통의 바지를 입었었다.

세명의 목격자의 기억이 일치한 것은 위의 네가지 뿐입니다.

차 번호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물론 남자의 몽타쥬를 만드는 것도 불
가능 합니다.

게다가 차의 파편이나 증거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코타로우가 돌아온
일도 병원이나 경찰로부터의 연락도 결국 없었습니다.

시 경찰은 수사 1과와 교통지도과와 연계하여 합동수사본부를 개설하고 업무상
과실치상과 유괴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후로 5년이 지나
고 있습니다.

경찰청의 협력으로 도쿄도 전체에 수사망을 넓혀서 동원된 경찰수는 3만 5천여
명. 조사된 크림색 승용차는 19만 대에 이릅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단서가 없으므로 어쩔수가 없습니다.

아내는 정신적 쇼크와 피로로 입퇴원을 반복해 지금은 폐인이나 다름없는 상태
가 되었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상과 약취 유괴의 시효는 5년이라고 합니다. 이번 8월 26일로 5
년의 시효가 성립됩니다. 이제 3개월만 있으면 수사는 끝납니다.

하지만 저는 끝낼 수가 없습니다.

코타로우는 살아 있다.

초등학생이 된 코타로우가 어디에선가 살아있다고 믿으면서, 저는 매일 자신에
게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시효가 성립되면 혼자서라도 찾겠습니다.

코타로우 같은 초등학생이 있다. 그러한 아이의 생사에 대하여 아는바가 있다.

그런 정보가 있으신 분은 꼭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제가 호소하는
바입니다. 입구에 저의 명함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부디 그 명함을 가져가 주시
기를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이상이 이런 기회를 빌려서 드린 저의 일방적인 호소입니다.

귀중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쿠키 마사히코의 말은 끝났다.

그는 깊게 머리를 숙이고는 무대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꾸밈없는 그 태도는
실로 감동적이었다.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키 마사히코가 등장할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박수
소리였다.

유키에도 열심히 박수를 치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일시적인 동정이 아니었다.

장남이 이치로우가 두 살 8개월로 죽었다. 유키에도 같은 경험으로 부부로서의
고통을 맛본 것이다. 그러므로 쿠키 마사히코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도 유키에는 초등학생이 된 이치로우를 꿈에서 본다. 길에서 초등학생과
지나치면 반드시 이치로우를 떠올렸다.

이치로우의 경우는 사고사로써, 범죄가 아니었기에 시효도 없었다.

따라서 시효가 다가오는 초조감을 유키에는 몰랐다. 게다가 생사를 알수 없는
잔인한 고통도 느껴보지 못했다.

이치로우는 틀림없이 죽은 것이다. 그것도 재난으로서 어떻게든 납득이 가는
죽음이었다. 그래서 힘들어도 단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쿠키 마사히코의 경우는 훨씬 더 그 십자가가 무거웠다.

그렇게 느낄 수 있었으므로 유키에는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눈물이 나와 유
키에는 몇번이나 손수건을 꺼냈다.

화장을 고치고 싶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5분간 휴게한다고 한다. 화장실에 간다고 미사코에게 말
하고 유키에는 일어섰다. 쿠키 마사히코의 짧은 이야기를 들은 것 뿐이므로 유키
에 이외에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이 없는 화장실에서 유키에는 간단하게 화장을 고쳤다.

화장실에서 나와 복도로 나오면, 오른편에 객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왼편에
는 흡연실로 사용되는 작은 로비가 있다.

그 흡연실의 의자에 앉아있는 한 남자를 유키에는 알아보았다.

쿠키 마사히코 였다.

망설임 없이 유키에는 흡연실로 다가갔다.

충동적이기라기 보다도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것처럼 유키에는 쿠키 마사히코
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다가서면서 유키에는 눈인사를 했다.

쿠키 마사히코는 담배를 끄며 일어섰다.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습니다. 얼마나 괴로우신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유키에는 다시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쿠키 마사히코도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사실은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유키에는 말했다.

"비슷한 경험이라니요........."

쿠키 마사히코의 표정이 갑자기 흐려졌다.

유키에도 그도 서 있었다. 아마도 스쳐가는 말로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장남을 사고로 잃었습니다. 당시 장남은 두 살 8개월 이었어요."

순간 쿠키의 표정이 바뀌었다.

"코타로우가 행방불명이 된 것은 두 살 10개월이었습니다......."

"둘이 비슷한 거죠."

"아드님은 어떤 사고로 사망했습니까?"

"길에서 넘어져 머리를 땅에 부딪혔어요. 지나가던 중학생에게 부딪혀서 넘어
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인위적 사고로군요."

"중학생들은 우리 아이가 넘어진 줄도 모르고 그냥 가버렸다고 하니, 인위적인
사고라 할수 있을지........."

"그 중학생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찾을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그 아이가 살해당한 것이라고 믿겨져 단
념할 수 없었어요."

"그렇지요."

"범죄로서 성립되지 않았어요.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건이라는 것이 부모로서
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때문에 남편도 저도 한동안 괴로웠어요."

"당연합니다."

"하지만 죽었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시간이 해결해 주었어요. 딸이 두명 태어
난 것도 있고........."

"다음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구원이 되었겠죠......."

"쿠키씨는......다음 아이가 아직 없으세요?"

조금 어두운 듯한 쿠키의 말에 유키에는 의문을 표했다.

"없습니다."

"저런....왜 그렇죠?"

"낳고 싶어도 낳을 수가 없었습니다."

"부인이 원하지 않으셨나 보군요."

"아내는 더 이상 여자가 아닙니다. 지난 5년동안 부부생활이 없었습니다."

"쇼크 때문에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다는 이야기셨는데........"

"폐인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아내는 단지 살아있는 것 뿐입니다."

"그러세요......"

"퇴원해도 말도 못하고 감정을 잃어버린 인간이 누워있을 뿐입니다. 코타로우
의 사진앞에 향을 피우는 일도 언제부턴가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 부인의 상태는 어떠세요?"

"친정에서 돌보고 있지만 예전처럼 되기는 힘듭니다. 아마, 코타로우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아내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겁니다."

"정말 안됐군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유키에는 괜한걸 물었다는 생각과 함께 쿠키에 대한 작은 동정심이 들었다.

"저는 범인이 밉습니다. 그가 결코 행복하지 못하기를 빌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런 저주를 하는 마음이 저의 삶의 보람 같습니다."

"저주하는 마음이 삶의 보람이라구요?"

"범인을 찾아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를 기다리는 것
이 저의 삶의 보람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해할 수 있겠지만 가장 좋은 건 시효 전에 범인이 잡히는 거겠죠."

"신의 가호가 없는 한 그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알수 없는일 아니에요?"

"5년 걸려서 못한 일을 3개월동안 할 수 있다면 그건 기적입니다."

"기적을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제가 할수 있는 일은 노력입니다. 오늘과 같은 기회를 통하여 여러분께 호소
하는 것도 저의 노력입니다. 이 일에 의한 성과는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시효가 성립해 버린다면.......?"

"그래도 상관없이 이 일을 계속할 겁니다. 범인을 찾아내 갈기갈기 찢어버리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저는 그렇게 하는 것이 비극적인 제
인생에 대한 남자다운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쿠키 마사히코는 사람이 변한 것처럼 도전적이고 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비장할 정도로 강렬한 남자의 투지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유키에의 가슴역시
뜨거워졌다.

"꼭 이겨주세요."

유키에는 자심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해 버렸다.

그런 유키에에게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쿠키가 복도쪽을 바라보았다.

"이런, 니시야마 선생님의 강연이 벌써 시작됐는데요......"

"상관없어요. 솔직히, 강연은 그냥 친구따라 온 거니까......."

유키에는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앉으시죠."

쿠키도 웃으면서 유키에에게 의자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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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 속 >


보통 1개월...길면 2,3개월씩 있어야 다음편이 올라오던 것이
무슨일로 이렇게나 빨리 올라왔나....하고 `혹시나`의아해 하시
는 분들........^^
그냥 그러려니 생각해 주시길.
가끔씩 기분이 좋으면 그자리에서 수십장씩 번역을 해버려 비
축분이 쌓일때도 있는 것입니다.

쌓아놓은 비축분을 보며 당분간 걱정없겠다고 웃고 있을수도
있지만...아무래도 이 앞편이 너무 짧았던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냥 이렇게 한편 더 올립니다.
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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